내년에 단순기능 외국인 근로자 16만5000명이 국내로 들어온다. 산업 현장의 인력난과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일할 외국인 인력을 역대 최대로 늘린 결과다. 2021년 5만 명 수준이던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가 올해 12만 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내년에 또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노동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불법 체류자 양산, 산업 재해 등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내년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20년이지만 산업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허술한 제도를 악용한 외국인의 잦은 이직이다. 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은 휴·폐업, 임금 체불 등 예외적 사유에 한해 3년 내 3차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 26%가 입국 3개월 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받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근로자 대다수가 태업, 꾀병, 무단이탈 등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갖은 일탈을 부추겨 새 직장을 알선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도 적지 않다. 이런데도 부당 행위에 나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거나 처벌할 규정이 없어 업체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단이탈하거나 월급을 더 주는 곳을 찾아 옮기다 보니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하는 일도 다반사다. 2013년 18만 명이던 불법 체류 외국인은 10월 현재 43만 명으로 급증해 전체 체류 외국인의 17%에 달한다. 한국보다 인구가 2배 많은 일본의 외국인 불법 체류 비중이 2020년 기준 3%도 안 되는 것과 대비된다.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몇 달간 일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등도 불법 체류 양산의 통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에도 인구절벽에 서 있는 한국에 외국인 고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산업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 정상 가동이 불가능해진 지 오래됐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이 추세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외국 인력 선발 및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숙련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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