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 날씨다. 보통 한국인은 커피 생산지로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를 떠올린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 커피 생산국이자 커피밭 면적으로 브라질 다음인 세계 2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바 커피는 한국과 비슷한 면적의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재배된 커피다. 자바가 특정 품종은 아니다. 자바섬에는 고원지대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싱글 오리진 고급 스페셜티 커피 프린저도 있고 저지대에서 생산되는 로부스타 품종의 투브룩도 있다. 프린저는 부드럽고 섬세한 맛이 특징인데, 원두의 산미는 중간 정도이지만 달콤한 초콜릿 향미가 풍부해 시나몬과 곁들여 마시면 더 좋다. 투브룩은 자바어로 ‘물을 내리다’ 또는 ‘저어주다’는 의미인데, 특별한 기구 없이 커피 분말, 설탕, 뜨거운 물을 함께 넣은 후 저어 마신다. 텁텁하면서도 달달해 튀긴 바나나 같은 디저트와 함께 마시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유명한 ‘자바(Java)’도 커피에서 이름을 따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한다. 원래 상표명은 ‘떡갈나무(Oak)’였지만, 너무 평범해 상표 등록이 어려워지자 신박한 브랜드가 필요했다. 혁명적이고 역동적인 느낌, 그리고 컴퓨터 업계 종사자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자바는 여러모로 완벽한 선택지였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상인들은 처음에는 암스테르담 식물원에서 배양한 아프리카산 커피 묘목을 인도양의 실론섬과 말라바르 해안에 심었으나 생산량이 저조했다. 그러다 30여 개 활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옥한 토양과 커피 재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춘 자바섬에서 커피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자바 커피는 19세기 한때 세계 커피 수출량의 18%를 차지했고, 동인도 회사가 거래하는 커피의 82%를 점유했다.
자바는 이제 자바섬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넘어 인도네시아 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지금도 세계 커피 시장에서 인도네시아가 갖는 위상은 확고하다. ‘적도의 목걸이’로 불리며 1만7500여 개 섬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지로 최적화된 나라다.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하워드 슐츠는 가장 좋아하는 커피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을 꼽는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 등장하는 ‘루왁 커피’도 인도네시아 사향 고양이가 만든 최고급 커피다.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다. 발리, 롬복 등 유명 휴양지로 놀러 가는 한국인은 많지만,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 아는 한국인은 적다. 반면 최근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이 설문조사한 결과 인도네시아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한국(30%)이 꼽혔다. 올겨울 우리도 인도네시아 전통 자바 커피와 수마트라 만델링, 아체 가요, 발리의 킨타마니, 술라웨시의 토라자 커피를 마시면서 2억8000만 명이 사는 큰 나라 인도네시아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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