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 방송통신위 업무는 정책적으로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전문적인 분야다. 이런 자리에 평생 검사만 해온 선배를 앉히겠다는 것이다.
언론이라고 해도 신문과 방송이 서로 다르고 인터넷 기반으로 발전하는 통신은 언론과도 또 다르다. 방송통신위 업무는 언론과 첨단 통신기술이 융합된 영역으로 언론 분야 출신이나 첨단 통신 분야 출신이 가서도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렇다고 방통위원장 자리가 언론 분야나 첨단 통신 분야 출신만 맡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언론에도 첨단 통신 분야에도 일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맡길 때는 자격에 대한 더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어려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한 법조인으로 공평무사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어 세 동생을 맡아 키웠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주로 조직폭력과 마약 수사를 담당한 강력부 검사로서 이름을 떨쳤다. 훌륭한 청소년 가장이었고 역량 있는 강력부 검사였는지는 모르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후보자는 미디어 분야에서 일해본 경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미디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사해본 경력조차도 없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했으나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려고 해도 방통위 업무에 대한 정확한 감이 없으면 안 된다. 검찰 조직과 수사를 잘 알지 못하면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은 아무 일이나 시켜도 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과거 검사 출신이 가본 적이 없는 자리에 검사 출신을 줄줄이 앉혀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다시 검사 출신을 방통위원장에 지명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 국민권익위원장에 앉힌 지 반년도 안 됐다. 검사 출신의 중용마저도 폭이 넓지 못하고 측근들만 돌려쓰고 있는 게 아닌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