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었음이 확인됐다. 교육부가 7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성적 결과를 보면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 수학은 148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6점, 3점씩 올랐다. 시험이 어려워 응시생들의 평균점수가 낮아지면 표준점수의 최고점은 올라간다. 절대평가인 영어 역시 1등급이 지난해 7.8%에서 4.71%로 1만4000명이나 줄었다. 불수능의 대명사 격인 2022학년도를 넘어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결과는 킬러 문항이 없었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에 준하는 고난도 문항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6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9월 모의고사는 수학 만점자가 지난해 수능 대비 2.7배로 느는 등 올 수능이 쉬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수능 응시 N수생이 15만7000여 명으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능 출제기관이 변별력을 의식해 출제 유형을 바꾸고 이른바 ‘매력적 오답’이 많은 문제를 내는 바람에 불수능이 됐다. 수험생 86%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난도 조절에 또 실패한 것이다.
킬러 문항이 없었다는 정부 주장에도 이견이 적지 않다. 정답률 1%대로 추정되는 문제가 있었고,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4명 중 3명이 킬러 문항이 있었다고 했다. 애초에 대통령이 언급한 킬러 문항이 무엇인지 애매했다. 교육부가 부랴부랴 ‘세 가지 이상의 개념이 결합한 문제’, ‘대학 수준의 개념을 알아야 하는 문제’ 등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수능 수개월 전에 촉박하게 이뤄져 출제자나 수험생 모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능의 출제 기준과 난도를 예측할 수 있어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는다. 올해는 급격한 출제 경향 변화로 인해 시험을 그르친 수험생들이 ‘내 탓 아닌 정부 탓’이라고 할 빌미를 제공했다. 벌써 입시학원에 재수 문의가 급증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 문제 유형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또 다른 의미의 킬러 문항’으로 받아들여 사교육이 계속 횡행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킬러 문항 배제를 통해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장담이 ‘뜬구름’ 잡기나 다름없어 또 다른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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