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때문에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책의 한 대목 앞에서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고, 감전된 것처럼 전율을 느낀다.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읽은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존재 차원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이다.’
―정민 ‘스승의 옥편’ 중
이 구절은 정민 교수의 책에 있는 글 가운데 ‘독서의 보람’이라는 글에 적힌 내용인데, 2007년 국제 독서전 우리 시대 명사가 추천하는 ‘나의 삶, 나의 책’이라는 코너에 친필로 전시된 적도 있다.
어쩌다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길에서는 승객들이 모두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독서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실망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고 믿고 싶다. 동네 도서관에 갔을 때 많은 이들이 각자의 취향대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따로 인사라도 나누고 싶을 정도로 반갑고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어떤 일로 마음이 무겁고 힘든 일이 있거나 삶의 평화가 깨져 괴로울 때 나는 수녀원 도서실에 들러 우두커니 서서 한참 동안 책의 향기를 맡곤 한다. 그러면 이내 마음이 차분해져서 책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나온다. 얼마나 많은 위인들과 성인들이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대목에서 감동과 자극을 받아 이전과 다른 회심의 삶을 살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는지!
여중 시절 문예반에서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윤동주의 서시, 별 헤는 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산유화,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읽었을 때의 그 설렘과 감동으로 인해 내 인생의 방향도 달라졌다고 믿는다. 보겠다는 욕심만 앞서 열심히 구해놓고 나서 바쁜 것을 핑계로 쌓아놓기만 하고 탐독하지 못한 책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기다리는 방, 오늘도 책이 있어 행복하고 책이 있어 나의 삶은 계속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예전과 같이 독서 카드를 만들어 좋은 구절을 옮겨 적어 되새김하고 친지들과 나누는 습관을 계속하리라 곱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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