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전국구 에이스’로 활약했던 손민한(48)은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과 같은 선수였다. 당시 롯데는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며 암흑기에 빠져 있었지만 손민한만큼은 롯데 팬들의 답답한 가슴을 씻어주곤 했다. 손민한은 2005년엔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6의 빼어난 성적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해에도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손민한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한 팀 출신의 MVP가 됐다.
국제대회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던 그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이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솔직히 무서웠다. 로드리게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타석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어디에 던져도 홈런을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도망치듯 세 개 연속 바깥쪽으로 빠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로드리게스는 세 번 연속 헛스윙을 했다. 그는 “어쨌든 평생의 자랑이 됐다. 미국에 얼마나 스타가 많았던지 한국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기자마자 단체로 미국 팀 라커룸으로 달려가 미국 선수들의 사인을 받았다”며 웃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123승을 거두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손민한은 NC 코치를 거쳐 올해 부경고 투수코치로 부임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하는 건 그에겐 즐거움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손민한은 “어떤 일이든 즐거워야 한다. 학생 야구는 더더욱 즐거워야 한다.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을 잘 키워 ‘언더도그의 반란’을 일으키는 게 그의 목표다.
NC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그는 구단 및 경남도교육청과 함께 3년간 ‘손민한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다. 경남 지역 내 초중고교를 돌며 아이들과 야구로 놀아주는 행사로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3년이었다”고 했다.
고교 지도자가 되면서 그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프로 선수와 코치 때는 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했지만 지금은 삼시 세끼를 착실히 챙겨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선수 시절 그는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아마추어 때는 조금이라도 더 몸을 키우기 위해, 프로 선수 때는 더 힘을 쓰기 위해 먹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먹어야 했다.
그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건 학교 급식이다. 그는 “영양분이 충분하고 신선한 채소도 많이 나온다. 학생들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내겐 급식이 최고의 식사”라며 웃었다. 그는 급식을 먹고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고, 공을 던진다. 소식과 꾸준한 운동으로 그는 여전히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취미로는 당구를 즐긴다. 지인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두 차례 당구장에 간다. 그는 “사각 당구대 안에 무궁무진한 수가 있다. 칠 때마다 즐겁고 새롭다”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나눈다. 인생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롯데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다. 그는 “암흑기 시절에도 힘들다기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훨씬 컸다”며 “‘명장’ 김태형 감독님이 오셨으니 롯데는 훨씬 좋은 팀이 돼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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