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조국) 법무부 장관이 안 됐으면 가족이 그렇게 괴로움을 겪지 않았을 텐데, ‘검찰개혁’ 하겠다는 의지로 장관을 맡았다가 고초를 당하시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11월 29일 세종시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을 안 맡았으면 가족의 온갖 비리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장관을 하느라 걸린 것이 안타깝다는 소리로 들린다. 조 전 장관은 올해 2월 1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 7개 중 6개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의 딸도 최근 자신의 입시 비리 혐의 관련 첫 재판에서 혐의 자체는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사실 이 전 대표가 늘 조국 편이었던 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여당 대표였던 2019년 10월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조국 사태’에 대해 뒤늦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성난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치다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에야 부랴부랴 ‘조국 손절’에 나선 것. 이대로 대선마저 질 수는 없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도 태세 전환에 있어선 누구보다 발 빨랐다. 경선까진 친문(친문재인) 눈치를 보느라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 “윤석열의 언론 플레이”라며 조 전 장관을 감싸던 이 대표는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중도층 표심을 계산한 듯 조국 사태를 사과했다. 이처럼 이미 한 차례 줄줄이 조국을 손절했던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조국 타령을 시작한 것이다.
발단은 올해 6월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찾으면서였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조국의 총선 출마 관련 본인 입장을 직접 밝히라’(금태섭 전 의원)는 압박에도 침묵으로 사실상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개인적 미안함이 여전히 크다. 그래서 확실히 도와주려고 평산에서 포옹까지 해준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렇듯 문 전 대통령을 뒤에 업은 조 전 장관은 “돌 하나는 들어야겠다는 마음”(12월 4일) “윤석열 정권에 아부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12월 5일)며 연일 총선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전·현 지도부가 다시 동조하는 것이다. ‘상왕’ 문재인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것도 있을 테고, 내년 총선에서도 꼼수 비례 위성정당이 가능한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면 ‘조국 신당’이 파괴력 있을 것이란 계산도 있을 거다.
결국 지난 대선을 앞두고 뒤늦게 “우리는 ‘조국의 강’을 모두 건넜다”고 선언하던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세진 정권 심판 여론에 취해 스스로 다시 ‘조국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는 듯하다. 또 모른다. 이러다 다시 여론이 나빠지거나 조 전 장관의 재판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손절할지도. 과연 민주당에 진정성이라는 게 존재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선거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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