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그랬구나’ 육아법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비난이 최근 엄마들을 흔들었다. 아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반응하며 이면의 감정과 나름의 이유를 읽어주려 노력하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제 와서 문제가 많은 방법이라고 질책하다니 억울한 엄마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엄마들도 피해자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공감하는 부모를 둔 청소년은 또래보다 우울증에 덜 걸리지만 공감을 많이 하는 부모는 다른 부모에 비해 세포가 더 빠르게 노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방향을 잘못 잡거나 과한 공감은 하는 이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말 평가 시즌을 맞아 Z세대 팀원들과 면담을 가진 팀장들이 비슷한 심정을 토로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러저러한 점을 개선해 달라고 하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 덮어놓고 지적한다며 샐쭉한다. 건의할 사항이 없냐고 물으면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며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요구한다. 저마다 사정을 내세우며 몰라준다고 섭섭해한다니 모두를 고루 살펴야 하는 팀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리더 한 사람의 전문성이나 역량에 기대는 ‘대장 리더십’보다는 조직원 개개인이 가진 역량과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공감 리더십’이 갈수록 힘을 얻는 분위기다. 오늘날 리더는 마땅히 조직원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표하고 친밀함을 쌓으며 상황과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봐 줘야 한다고 여겨진다. 리더만의 일은 아니다. 팀 내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각자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달라진 조직이 늘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며 공감하는 문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를 잘못된 방법으로 행할 때 생긴다. 하는 이는 감정적으로 지치거나 무력감을 느끼고 받는 이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여기며 반발심을 느낄 수 있다.
조직에 필요한 공감은 어떤 것일까. 최근 연구들은 공감을 여러 갈래로 나눠 살펴본다. 예일대 심리학자 폴 블룸은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으로 나누는데 그중에서도 합리적 해결을 모색하는 인지적 공감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정서적 공감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견제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자밀 자키는 공감적 관심과 감정적 공감으로 구분한다. 그는 상대방의 상황에 관심을 보이고 배려를 행하는 공감적 관심이 감정을 함께 느끼고 표현하는 감정적 공감보다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공감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아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나 자원봉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등 공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이들이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에 시달리며 정서적으로 탈진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 준다.
조직의 리더 역시 일방적이거나 무조건적인 또는 감정적으로 깊이 동화하는 공감이 아닌 보다 전략적인 형태의 공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으로 부상한 공감이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열쇠는 바른 실행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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