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리나라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포기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어려운 문제를 누가 빨리 푸는지만 중요한 세상에서 수학은 좌절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수학을 대체 누가 만든 걸까? 수학은 왜 필요할까?
수학의 아버지 하면 피타고라스나 아르키메데스를 꼽는다.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부분·1509∼1511년)’에도 그들이 등장한다. 시스티나 성당 벽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서구 학문의 뿌리를 보여주는 위인들이 그려져 있다. 다들 활동했던 시대나 지역이 달랐기에 화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장면이다.
흥미로운 건 두 수학자의 모습이다.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피타고라스는 화면 왼쪽 맨 앞에 앉아 있다. 머리가 벗어진 그는 젊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두꺼운 책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피타고라스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몰입 중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작은 흑판을 내미는 청년은 아르키메데스다. 자신이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이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알몸으로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마도 그는 수백 년 앞서 살았던 대선배에게 자신의 위대한 수학적 발견을 자랑하며 인정받고 싶었을 테고, 그 마음을 라파엘로는 이런 모습으로 표현했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을 ‘수’로 보았고, 수의 법칙에 따라 세계가 움직인다고 믿었다. 우주를 질서의 뜻을 가진 ‘코스모스’라 명명한 것도 바로 그였다.
수학은 질문하고 추론하고 증명하는 학문이다. 이는 철학과도 같다. 고대 수학자들은 철학자들이었다. 수학도 철학처럼 천천히 생각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혼자 못하면 함께 해결해야 한다. 수학은 그렇게 세상을 발전시켰다. 오답 한두 개로 인생 좌절을 맛보게 하는 수학은 수학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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