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개월 만의 하차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은 김 대표 사퇴로 이른바 ‘김-장 연대’는 사라졌다. 내부 총질 등을 이유로 전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너뜨린 뒤 윤심(尹心)의 지원을 받아 당권을 거머쥔 김 대표의 사퇴로 용산 대통령실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김 대표 사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권 레이스 초반 3%의 지지율에 머물렀지만 당정 일체를 내세워 당선된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이념 편향과 야당 경시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당정관계를 더 종속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이는 당 지지율 정체로 이어졌고,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를 불렀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친윤·영남 중진 희생 문제 등을 놓고 혁신위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퇴 압박을 더 키웠다.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은 곧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지, 공천 등 총선 준비를 어떻게 꾸릴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집권 1년 7개월 만에 대표 2명이 중도 하차하게 된 상황의 근본 책임은 용산 대통령실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 체제를 세운 것도, 수직적 당정관계를 만든 것도, 국정 지지율이 30% 초반대에 머무르는 것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 탓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로에 서 있다. ‘국정 힘 실어주기냐, 권력 견제냐’를 물을 때 민심은 대체로 35% 대 55% 정도의 응답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측이 참패한 2020년 총선 분위기가 지금 같았다. 친윤 핵심 1명의 불출마, 김 대표의 사퇴만으론 등 돌린 민심을 잡을 수 없다. 더 큰 변화와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부터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 대해 엄중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 국정 기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사들도 바뀌어야 한다. 부분 개각과 수석 개편이 이뤄졌지만 ‘총선 출마용’ 개편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장관이나 수석 출신들이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 등 양지에 둥지를 틀려고 ‘지역구 쇼핑’ 경쟁에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 당에는 희생과 혁신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꽃길’을 가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용산이 어떻게 바뀌는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이젠 용산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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