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앱 장터에서 내부결제(인앱결제)를 강제하고 높은 수수료를 받아온 것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구글과 애플이 독점하고 있는 앱 장터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2021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취지와도 부합하는 판단이다.
11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미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배심원단 전원 일치로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이 자사 앱 장터에서만 유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챙기는 등 앱 장터를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구글이 다른 앱 장터의 시장 진출을 방해한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새로 드러났다.
구글과 애플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은 한국이 먼저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혹은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21년 8월 세계에서 최초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이다. 법 통과 당시 해외 언론은 일제히 주요 기사로 다루며 “빅테크 독점 규제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미 게임업계에선 “이제 나는 한국인”이라는 선언이, 미국 의회에서도 “미국이 뒤따를 차례”라는 반응이 나왔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달았지만 한국의 입법은 아직 실질적인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곧바로 규제를 우회하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구글은 다른 업체의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면서도 사실상 인앱결제와 다름없는 최대 26%의 수수료를 받는 꼼수를 부렸다. 애플도 같은 방식으로 따라왔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에 68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예고했고 장기간의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지금부터라도 법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등의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빅테크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과 필요하면 글로벌 공조에 나설 필요도 있다. 독점을 막아 수수료가 낮아지면 개발자들의 창작 의지가 높아지고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돌아간다. 혁신의 거래 공간인 앱 장터에서 빅테크들이 높은 통행세를 받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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