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실장이 9일 북한 위협 등 역내 안보 사안을 포함한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세 나라 안보 수장들은 외국발 가짜뉴스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이 특정 대상국의 선거 등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응하자는 취지지만 이들의 다양한 영향력 확대 시도가 안보 이슈의 핵심으로 대두했음을 상기시켰다.
주지하다시피 한 국가의 특정 국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자국 영향력 확대는 사실 모든 국가가 시도하고 있지만 문제는 불법 여부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하는 불법 행위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정상적인 플랫폼을 활용해 불법적 검열과 정보 수집 등이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인 여론전-심리전-법률전이라는 3전(戰) 외에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등에 업고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영향력 확대 공작을 시도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문화 및 사회주의 가치 확산을 위한 선전 수단으로 사이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며, 적용 범위를 게임 산업에까지 확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무고나 비방 등에 관한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사이버 보안법’(網絡安全法)에 따라 민감 단어인 대만, 홍콩, 티베트, 신장 등 영토 관련 어휘 및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검열은 물론이고, 회원 가입 절차를 이용해 개인 신상 정보들을 수집하고, 국가안보 및 정부 요청 시 정보 공개를 정당화하는 규정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는 중국 모바일 게임이 서비스되는 다국적 유저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유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중국 자국법의 역외 적용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중국식 정보 수집을 통해 한국 내의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에 대한 선별 도구가 될 수 있다. 데이터 안보 위협을 넘어 디지털 권위주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충격적이다.
이렇게 게임 산업에까지 확대된 영향력 공작만큼 주의하지 못했던 분야가 학술 교류를 표방한 정계, 기업계 및 학계와 지식인들에 대한 영향력 작업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설립된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爾)학회를 들 수 있다. 이 학회는 공공외교, 국제관계, 평화학 분야를 주 연구 주제로 내세우면서 중국 당국의 실질적인 통일전선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차하얼학회 같은 사실상의 관영 싱크탱크들이 학술회의를 빙자하여 자국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은연중에 우리 대외정책에 간섭하고 또 비판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민간 학술 교류임을 내세워 우리의 경계심을 늦추게 한 뒤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 인사들을 친중화하는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학술적 협력 의도와 관계없이 이용당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게임이고 정상적인 학술 활동이라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중국은 오해를 살 만한 정책을 시행하지 말아야 하며, 우리는 자신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분명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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