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15일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학생의 인권만을 강조한 조례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제약해 교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회도 관련 조례 폐지안을 상정하는 등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지방의회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제정했던 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인천 광주 전북 제주 등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올 7월 서울 초등 교사의 죽음으로 교권 보호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는 “학생의 권리만 부각하고 왜곡된 인권의식을 갖게 하는 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조례로 상벌점제까지 폐지되자 교사의 학생 지도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조례를 17개 시도 전역에서 발생하는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관련 조례 제정 후 교권침해가 오히려 줄어든 곳도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학생의 책임에 관한 조항이 빠진 조례의 불균형을 문제 삼는 것이지 학생의 인권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조례의 취지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권,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 학생의 권리만 나열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학생인권조례의 모범인 미국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은 ‘학생의 책임 있는 행동만이 이 권리장전이 보장하는 권리의 전제’라며 의무를 위반하면 징계한다는 규정까지 담고 있어 대조적이다. 일부 문제가 되는 대목을 수정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 폐지하는 건 인권교육을 포기하고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과 다름없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충남도에서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 조희연 교육감이 조례 폐지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균형 잡힌 인권교육을 하자는 데 좌우가 있을 수 없다. 정치적 힘겨루기는 멈추고 상호 존중의 필요성과 권리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조례 개정에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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