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지하 터널에 바닷물을 집어넣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는 보도를 처음 들었을 때, 설마 했다. 전쟁 중에는 별별 아이디어와 별별 소문이 다 도는 법이다. 이스라엘의 수공도 그런 유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정말로 해변에 펌프를 설치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이스라엘은 원래 전쟁에서 ‘공학적 괴물’을 창조하는 데 도가 튼 나라다. 욤키푸르 전쟁 때는 수에즈 도하를 위해서 초대형 롤로부교를 만들었다. 영국과 미국에서 수입한 전차가 가솔린을 원료로 사용하는 약점이 있었다. 가솔린은 발화가 쉬워 쉽게 폭발한다. 이스라엘은 바로 디젤 연료로 개조했다. 말이 쉽지, 엔진이 아예 다른데, 이런 능력은 탁월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무기 개조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국가가 됐다.
무기 개조 능력은 능력이고, 뭐든 과하면 탈이 난다. 손자병법 12장 화공편에 “수공으로 공격을 돕는 것은 강한 것이다. 수공은 적을 단절시킬 수 있고, 화공은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릴 수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화공을 폭격이라고 보면 손자가 말한 화공, 수공의 의미가 현재 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터널 침수는 하마스의 혈관, 팔레스타인 주민과 하마스의 신경회로를 끊는다.
손자병법은 원칙과 사고에 중심을 둔 병서다. 유일하게 기능적인 파트가 화공과 첩보전이다. 굳이 화공과 수공을 넣은 의미가 무엇일까? 효과가 강력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파괴적이고, 무차별적이란 의미다. 그만큼 후유증도 크다. 그만큼 사용을 조심하라는 의미가 크다. 무차별 살상은 전쟁의 승리로 얻는 자신의 성과마저도 파괴할 수 있다.
테러도 하다 보면 점점 과격해지고, 효과에만 집착하면서 후유증, 역작용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하마스가 저지른 실수가 그것이다.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대한 맹공에 성공하면서 똑같은 길로 빠져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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