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눈길을 끈 경기 결과 중 하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맨유는 1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A조 안방경기에서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에 0-1로 패했다. 이 패배로 맨유는 1승 1무 4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오랫동안 잉글랜드를 대표해 온 맨유의 탈락에 대한 많은 분석이 쏟아졌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는 맨유의 부진에 대한 팬들의 다양한 반응도 있었지만 이 경기에서 가장 긍정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뮌헨 소속 한국인 수비수 김민재였다. 김민재는 맨유의 공격진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위용을 과시했다.
독일에서는 이전부터 김민재를 가리켜 온 별명 ‘카이저(황제)’를 다시 쓰면서 그가 뛰어난 판단력으로 중앙 수비 공간을 차단했다고 칭찬했다. 영국 매체들도 김민재의 놀라운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 스포츠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조별리그까지의 평가를 바탕으로 챔피언스리그 베스트 11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뽑았는데, 여기에 김민재를 중앙수비수로 뽑았다. 김민재는 18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는 슈투트가르트를 상대로 골까지 넣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김민재의 활약과 더불어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은 EPL에서 득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다. 손흥민은 18일 현재 10골로 리그 득점 공동 3위, 황희찬은 8골로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EPL에서 한국인 선수가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득점 10위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그동안 없던 일이다. 해외 축구리그에서 활동하는 ‘코리안 리거’들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공격수와 수비수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민재 손흥민 황희찬 외에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도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는 그의 기량을 두고 여러 말이 많지만 그동안 그가 성장해 온 과정을 생각해 보면 그가 많은 논란 속에서도 결국은 자신을 증명해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여러 측면에서 올해는 유럽 무대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골고루 빛나는 활약을 펼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많은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각종 기록으로 보거나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주변의 평을 종합해 볼 때 올해는 더욱 한국 선수들의 존재감이 빛나고 있다. 이들의 활약 덕에 한국 축구가 세계적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을 느끼고 또 그 활약 덕에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표출한 한 해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자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을 계속했다.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극한의 훈련을 해온 손흥민은 말할 것도 없고, 올해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황희찬 역시 자신의 몸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고기를 줄이고 식습관까지 바꾸는 등 철저한 관리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김민재 역시 자기 관리의 화신으로 알려졌으며, 이강인은 한때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체격과 수비능력 부족 등의 단점을 지적받고 주전 경쟁이 힘들다는 악평이 있었지만 점차 실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들은 모두 한순간 방심하면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혹독한 경쟁의 무대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 예민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신과 몸 상태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생활을 해왔다. 이런 과정을 본다면 올해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이들의 이면에는 그만큼 이들이 뼈를 깎는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함께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는 이들을 보게 되면 그 영광의 이면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영광은 행운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는 걸 알게 된다. 새해에도 그들의 노력과 성취가 함께 빛나기를.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또다시 새로운 기쁨과 희망,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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