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중국 반도체 업체에 불법으로 넘긴 전직 부장급 직원이 최근 구속됐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의 피해 규모가 무려 2조3000억 원이다. 수년간 천문학적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핵심기술이 중국 경쟁사로 넘어간 만큼 향후 국가적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2016년 중국 최대 D램 제조기업 창신메모리(CXMT)로 이적한 김모 전 부장은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의 18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 정보와 증착기술을 빼돌렸다. 그 대가로 7년 동안 매년 10억 원의 연봉을 챙겼다. 함께 구속된 삼성전자 협력사 전 팀장 방모 씨 등 수십 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의 기술 유출 시도와 적발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2012∼2017년엔 7건이었는데,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39건이 적발돼 5.6배로 늘었다. 중국으로의 유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6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빼내고, 중국 쓰촨성 청두시로부터 4600억 원 투자를 받아 현지에 20나노급 D램 반도체 ‘삼성전자 복제공장’을 세운 최모 전 삼성전자 상무가 구속됐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의 연간 기술 유출 피해 규모가 56조2000억 원으로, 국내 R&D 투자액의 6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스파이의 범죄수법이 교묘해지고, 피해가 폭증해도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2019년 3월 이후 검찰에 넘겨진 산업재산권 침해사범 1300여 명 중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건 31명뿐이다. 이 중 4명만 징역형을 받았는데 형량이 모두 6개월 미만이었다. 첨단기술 유출이 약간의 리스크만 지면 큰 이익을 보장받는 ‘수지맞는 장사’가 된 셈이다.
올해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첫 적자를 낼 전망이다. 한중 기술격차 축소로 중국에 팔 만한 부품, 중간재가 줄어든 게 주된 이유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 기업의 기술, 인력이 중국으로 새나간 영향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과 정부가 R&D 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규정해 15년 이하 징역, 수십억 원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미국처럼 강력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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