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매년 과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연구자 10인을 선정한다. 올해 ‘네이처 10’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도 이름을 올렸다. 사람이 아닌 기술이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챗GPT는 올 한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올해 봄 동아일보 주최 아카데미에서 ‘질문하는 인간, 답하는 AI’ 수업을 들으면서 챗GPT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강사가 ‘밤까지 공부하는 수강생들을 위한 격려사를 써 줘’라고 입력창에 적었다. “저녁이 깊어지는 시간, 여러분이 밤에도 열정적으로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적입니다….” 원고지 3장 분량의 격려사가 1초 만에 뚝딱 만들어졌다. 주최 측이 그 원고를 수정 없이 사용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강사는 “명령어를 자세히 넣을수록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챗GPT에 대표이사의 신년사 2년 치를 입력한 뒤 “참고해 내년 신년사를 써달라”고 하면 대표이사의 생각까지 반영한 글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수업에서 그림도 만들어봤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되기에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가족이 식사하는 그림을 만들었는데, 배경을 미국 그랜드캐니언이나 프랑스 에펠탑 등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었다. “피카소 화풍으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그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챗GPT의 영향력은 각종 포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행의 변화상을 짚은 베스트셀러 ‘뱅크 4.0’의 저자 브렛 킹은 5월 말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앞으로 은행은 챗GPT를 활용하는 곳과 활용하지 않는 곳으로 나뉠 것이다.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달 초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참가한 아제이 아그라왈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석좌교수도 “AI 선발주자에게 모든 기회가 집중될 것이기에 선발주자를 관망하는 후발주자는 영구적으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능처럼 보이는 챗GPT가 기자를 대신할 수도 있을까.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부진이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칼럼을 써 줘’라고 챗GPT에 입력해 봤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일부 팩트는 틀렸고, 휴대전화 사업 부진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으며, 결론도 ‘다양한 신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챗GPT 역할을 도우미 정도로 낮춰 봤다.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을 2000년부터 올해까지 뽑아줄 것을 지시하자 이번에는 깔끔하게 데이터가 제시됐다. 교차검증을 위해 또 다른 생성형 AI 플랫폼 ‘뤼튼’에도 똑같이 명령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서로 달랐다. 챗GPT와 뤼튼에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기준으로 실질경제성장률을 뽑아 달라’고 더 구체적으로 입력했지만 여전히 양측 숫자는 달랐다. 챗GPT에 대한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11월 30일로 챗GPT가 출시된 지 1년이 됐다. 챗GPT는 산업계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놓고 있고, 음악 미술 출판 등 창작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척수병과 관련된 진단에서 겨우 4% 정확도(일본 도쿄의과치과대 연구진 연구 결과)를 보일 정도로 허술하기도 하다. 핀란드 경제성장률 사례처럼 진짜인지 허위인지 모를 정보를 버젓이 내놓기도 한다.
챗GPT를 혹시라도 요술방망이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개인이나 기업이 챗GPT를 이용한다면, 챗GPT를 통해 처리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작업부터 하길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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