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외교안보 라인을 일부 개편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현재 공석 상태인 국가정보원장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후임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이 임명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조 실장의 후임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첫 주미 대사를 지내다가 올해 3월 국가안보실장으로 옮긴 지 9개월 만에 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외교안보 고위직을 두루 거치며 북핵과 4강 외교 등을 다뤄 온 전문가지만 정보 분야의 경험은 많지 않다. 더구나 국정원은 반복된 인사·파벌 잡음으로 원장과 1, 2차장 등 핵심 수뇌부가 동시에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내홍을 겪고 있다. 외교관 출신의 전임 원장이 조직 장악에 실패한 뒤 또다시 외교관 출신이 임명되자 내곡동 안팎에서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이번 인사 개편이 외교안보 요직을 맡아 온 고위 당국자들을 연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차기 국가안보실장으로 거론되는 장 차관만 해도 지난해 주러시아 대사를 지내다가 현재 자리로 옮긴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빈자리를 또 다른 현직들이 돌려막기식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외교부 2차관도 1년 반 만에 벌써 세 번째 교체를 앞두고 있다. 외교안보 사령탑과 부처 수장을 모두 외교관 출신들이 맡게 될 경우 정책적 관점이나 접근법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흘려듣기 어렵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화와 북-러 간 밀착,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이후 한반도 긴장 등 한국이 대응해야 할 외교안보 위협은 더 고조되고 있다. 미중 경쟁과 중동, 유럽에서의 ‘2개의 전쟁’ 속 경제안보를 비롯한 난제들도 쌓여가는 시점이다. 최근 일련의 대외 업무에서 정보력과 판단력, 외교력의 허점을 드러낸 국정원과 외교부는 조직을 추스르고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새로 지명되는 관련 부처, 기관의 수장들이 이를 풀어낼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특정 직군 회전문 인사의 한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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