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MBC 기자가 낸 책을 보았다. 지난해 민간인 신모 씨의 윤석열 대통령 마드리드 방문 공군 1호기 탑승 문제로 불거진 ‘사적 보좌’ 논란 취재기였다. 신 씨는 이원모 당시 대통령인사비서관의 부인이었다. 기자는 이에 대한 다른 주관적 경험을 갖고 있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대어(大魚)가 돼서 돌아와 덫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며 취재에 착수한 지 두 달.” “대어가 자신의 존재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여전히 물을 흐리고 있었다.” “잡았다!!”
책을 쓴 해당 기자가 지난해 7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 위해 한국기자협회에 공적으로 기재한 내용이다. 친한 동료가 알려줘 뒤늦게 이 글을 보고 놀랐다. 취재 대상의 과오를 파고드는 과정이겠지만 한 인격(人格)을 물고기에 빗대 물을 흐린다는 표현도 다분히 원색적이었기 때문이다.
본보는 이를 MBC보다 먼저 보도했다. 긴 시간 동안 추적하던 이슈였고, 확인과 검증을 거쳤다. 신 씨가 예정대로 마드리드에서 1호기를 탑승할지도 미리 주목하고 있었다. 다른 언론에서 지난해 5월 나온 총무비서관 딸의 대통령실 근무 의혹 보도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기사였다. 이런 문제의식은 누군가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해당 기자는 자사 보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적 설명서에 본보 보도를 “남의 취재물을 급하게 전해 듣고 쓴 촌극”이라고 적었다. 자사의 충실한 보도가 나간 뒤 본보 기사가 수정됐다는 허위 주장도 담았다. 억측으로 타사 보도를 매도했다. 해당 기자가 책에서 강조한 기자의 덕목인 ‘당사자 확인 절차’는 정작 기자에게는 해온 적이 없다. 본보가 한국기자협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허위 사실이 공적서에서 삭제되는 정도에 그쳤다.
팩트에 접근하는 방식은 각자 길이 다를 수 있다. 일전에 어떤 대형 사건 보도를 한국일보와 SBS가 거의 동시에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양사 기자들은 서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단독 보도를 위해 기자들은 분초를 다퉈가며 기사를 쓰기도 한다. 대체 ‘나만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오만은 어디서 찾아오는가.
보도 이후 취재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사실이다. 늦은 시각 걸려온 전화에서 “누명을 쓰고 있다. 장 기자가 아이들이 있듯 나도 딸린 식구에 아이가 있는 가장 아니냐”는 말을 들은 게 지난해 7월 본보 보도 이후다. 대통령실 내부 감찰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MBC 기자는 상을 신청하며 취재 대상을 ‘물고기’로 비하했고, 자사 보도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담아 상을 받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고 했다. 정보도, 정의도 누군가가 완전히 독점할 수 없다. 각자가 서로 단독 보도를 하고, 누군가는 특종을 하고 누군가는 낙종을 한다. 각 언론사가 저마다 가진 환경과 시각, 발 내디딘 전문 지점에서 기사를 쏟아낸다. 그 총체적 과정에서 진실의 조각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듣고 확인하고 검증하는 건조한 과정에 과도한 의미를 투영하고, 나만 정의롭다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혼미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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