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이 쓰지 못해 남은 예산이 7조5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재정분석위원회에서 시도교육청의 재정을 따져본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올 한 해 예산인 6조7000억 원보다 8000억 원이나 많은 규모다. 노인, 청년 복지나 저출생 등의 수요로 정부 예산은 늘 부족한 상황인데 교육청은 예산이 남아 도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교육청 예산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너무 많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육의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정부가 주는 이 교부금은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자동 배정한다.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나면 교부금도 같이 늘어난다. 학생 수는 10여 년 동안 200만 명이 줄었는데 교부금은 2012년 39조 원에서 지난해 81조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뿐 아니라 2018년 이후 매년 수조 원대의 예산이 남는 건 비효율적인 예산 운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펑펑 남아도는 돈은 흥청망청 쓰이기 쉽다. 올 8월 발표된 감사원의 교부금 운영 실태 보고서를 보면 교육청들은 2018∼2022년 5년간 현금 복지성 지원 사업 예산으로 3조5000억 원을 썼다. 학생들에게 입학 지원금, 회복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 원의 현금을 나눠주는가 하면 교육청 공무원 등에게 노트북을 무상으로 배포했다. 최근엔 광주와 서울에서 태블릿PC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려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필요 없다며 거부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는 세수 부족으로 교부금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현재 교부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070년엔 교부금이 220조 원에 달해 학생 1인당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교육 여건이 부실하던 50여 년 전에 만든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 또 교부금은 초·중등 교육에만 쓰도록 돼 있어 대학 등 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에는 과소투자되는 불균형도 낳고 있다. 학생 감소와 재정 배분의 균형, 정부의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부금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관련 법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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