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 (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鄉, 安得猛士兮守四方.)
―‘바람의 노래(대풍가·大風歌)’ 유방(劉邦·기원전 256년∼기원전 195년)
반란을 평정한 한 고조 유방(劉邦)이 조정으로 귀환하면서 부른 개선가. 초왕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 통일을 이루긴 했지만 연왕(燕王), 회남왕(淮南王) 등 제후들의 반란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 회남왕 영포(英布)의 반란을 진압한 유방이 고향 땅 패현(沛縣)을 지나면서 고향 사람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마침내 금의환향한 영웅의 기상과 패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자리였다. 한편, 그가 수성(守城)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여 벅찬 감회 속에서 영웅은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라며 새삼 우려와 다짐을 곱씹고 있다. 지난날 그랬듯이 언제 또다시 이 천지에 ‘큰바람 일고 구름이 흩날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기에 승리자로서의 비애가 내면에서 꿈틀댔을 것이다. 노래 전체는 3구에 불과하지만 그 속엔 과거, 현재, 미래가 순차적으로 농축되어 있다.
농민 집안 출신으로 젊은 시절 주색에 빠져 건달 생활을 한 탓에 지식 기반이 허약했던 때문일까. 그가 남긴 작품은 시 2수가 전부인데 다른 하나는 ‘큰고니의 노래(홍곡가·鴻鵠歌)’다. ‘큰고니 한 번에 천 리를 나는데, 날개가 이미 자라 온 천지를 나는구나./온 천지를 날아다니니 어찌하리오. 화살이 있다 한들 어찌 쏘리오.’ 황태자를 교체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그 좌절감을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 투박하리만치 뚝뚝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창업 제왕의 소탈한 면모를 잘 담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