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병비 부담 경감”… 방향 맞지만 감당할 재정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1일 23시 54분


정부는 어제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재 100% 환자 부담인 요양병원 간병비의 일부를 내년 7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내년 1월부터 일반병원의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필요 없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중증환자에게 확대 적용하며, 간병 인력 관리 체계를 마련해 간병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간병비 지원 정책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데 이날 발표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간병 부담 완화’를 앞서 공개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고령화로 간병비 부담이 버거워지는 상황에서 여야의 정책 경쟁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서울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이 사적으로 부담한 간병비는 10조 원으로 추정된다. 간병인 비용도 가파르게 올라 최근 4년 새 28%나 증가했다. ‘간병 파산’ ‘간병 지옥’ ‘간병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간병 수요 급증에도 간병인에 대한 관리는 허술해 환자와 가족은 막대한 간병비를 대면서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병비를 정부와 사회가 나눠 부담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는다. 문제는 재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민의 간병비 부담이 연간 11조 원 경감될 것이라고 했는데 뒤집어 말하면 그만한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도 1년 6개월간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에만 240억 원이 투입된다. 확대 시행할 경우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하다. 건보 재정을 끌어다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건보 재정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5년 후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가운데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비율이 14%나 된다. 간병비 지원에 앞서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환자는 요양병원, 돌봄이 필요한 경우엔 요양원이 맡도록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요양병원에 경증 환자가 장기 입원하면서 재정을 낭비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간병인의 40%를 중국 교포에게 의존할 정도로 간병 분야도 구인난이 심각하다. 간병대란이 닥치기 전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재정도 아끼고 인력난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간병비#경감#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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