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종목당 10억 원 이상의 상장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양도세 부과 대상인데, 올해 말부터 기준 금액을 50억 원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대주주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주식의 경우 일반 소액주주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지만 주식 보유 금액이나 지분이 일정 수준을 넘어 대주주로 분류되면 20∼2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년 연말이 되면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큰손’ 개인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해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주식 양도세 기준을 완화한 건 결국 연말 큰손들의 매물 폭탄을 줄여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대주주 기준 완화에 부정적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에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을 중심으로 완화 압력이 계속되자 방침을 뒤집었다. 당초 거론되던 30억 원보다 완화 폭은 더 커졌다.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여당의 압박에 밀려 글로벌 스탠더드와 어긋나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놓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조치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미들의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신고분 기준으로 주식 양도세를 낸 대주주는 7000여 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0.05%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세금은 2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 상황은 더 어렵게 됐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도 금이 가게 됐다. 여야 합의로 2025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대체해 모든 금융투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과도 배치된다. 개미 표심 잡으려고 경제 원칙을 훼손하고 증시 혼선을 키우는 정략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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