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가 현재 중2학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에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의결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부는 올 10월 수능 수학의 출제 범위를 문과생이 배우는 수준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미적분Ⅱ’와 ‘기하’를 심화수학으로 추가하는 안을 국가교육위에 검토 요청한 바 있다.
국가교육위는 “심화수학이 디지털시대 역량의 함양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면서도 “공정한 수능과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사교육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계 수준의 수학 실력만 요구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현행 수능 수학도 범위가 좁아 올해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42%가 대학 자체 시험에서 학력 미달 평가를 받았다.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고득점자조차 대학 수업을 따라갈 실력이 못 된다면 그런 시험이 무슨 의미가 있나.
수능 시험 범위를 줄인다고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가벼워질지도 의문이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르면 수능은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와 사회·과학 탐구 영역에서도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고교 내신도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뀌어 수능과 내신 모두 변별력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입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축소된 범위 안에서 새로운 유형의 수능 문제를 출제하거나 대학별 고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모두가 학생들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부마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명분으로 수능 등급제와 절대평가 확대 등 ‘쉬운 수능’ 정책을 도입했지만 공교육 신뢰도는 떨어지고 사교육 의존도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지금보다 더 쉬운 수능으로 간다면 학생들 실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대학에 들어가 고교 과정부터 다시 배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교육부는 내년 2월까지 확정하는 대입 개편 최종안에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만한 대책을 충분히 반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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