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전쟁의 그늘[임용한의 전쟁사]〈295〉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5일 23시 33분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소설과 영화의 낭만적인 소재였다. 2023년에 세계는 정말로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하게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레바논, 예멘, 미얀마, 남수단, 세계 곳곳에서 포성이 요란하다. 진짜 현실의 전쟁에서 크리스마스의 낭만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동방정교회 지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휴전은 고사하고 크리스마스 대공세가 펼쳐질 것 같다.

더 암울한 전망은 내년 크리스마스도 세계는 전쟁의 그늘 속에서 맞이해야 할 것 같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서로 지쳐가고 있으므로 내년에 휴전까지는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휴전은 말 그대로 숨 고르기 작업일 뿐이다. 당장의 포성은 그친다고 해도 유럽 전체와 러시아, 세계는 군비 확장과 집단안보 체제 강화에 돌입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동원군이 집으로 귀환하고, 하마스의 도발은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 수 있지만, 가자 지구의 긴장은 여전히 높을 것이고, 우리는 테러, 암살, 불법 감금, 폭력적 진압, 인권유린과 같은 불유쾌한 소식을 계속 들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분쟁은 지속적으로 여기저기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곳곳의 나라에 군벌, 부족전쟁의 시한폭탄이 여전히 존재한다. 소련과 중국의 무기와 자본까지 활발하게 진입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자그마한 힘의 변화, 원조, 무기 지원이 힘의 균형을 당장에 역전시키고, 분쟁을 유발한다. 세계적으로 집단안보 체제와 신경제블록이 가속화되면 아프리카나 중동의 정치 지형은 더 쉽게 영향을 받는다.

과거에는 강대국들이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무기로 접근했다면 2024년부터는 무기와 힘을 협상 소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첨단 무기는 고액이고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력의 결집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드론과 로봇의 등장은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하이테크 장비의 보편화라는 우려할 만한 상황을 조성해 놓았다.

국지적 분쟁은 늘고, 테러는 과감해지고, 강대국들은 진짜 거대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비축해 가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전쟁#국가적 분쟁#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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