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에 동명이인이 있으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물고기 이름의 세계는 심각해서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다. 객주리, 밴댕이, 다금바리, 숭어, 용가자미 등 수많은 물고기가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 내가 가리키는 물고기와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어종이 다를 때가 있다. 때로는 서로 다른 물고기를 이야기하면서 같은 어종에 대해 논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다른 대상인데도 표준명과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이 중복될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어제 아내가 마을주민 모임에 다녀오더니 밀치회가 나왔다며 밀치가 숭어냐고 물었다. 그래서 밀치는 가숭어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참숭어가 아니고 가숭어니까 숭어가 아니라는 거잖아’라고 다시 질문을 해왔다. 숭어회를 먹을 때마다 아내에게 설명하지만,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한다.
밀치를 경기·서울 지방에서는 참숭어라 부르지만, 여타 지역에서는 개숭어라 부르는 곳이 많다. 동일한 물고기가 어떤 곳에서는 ‘참’이 붙고, 다른 곳에서는 ‘개’가 된다. 반대로 여기서 ‘개’가 저기서 ‘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참’과 ‘개’로 구별하는 순간 미궁에 빠지게 된다. 어민들조차 이름에 현혹되어 혼동할 때가 많다. 그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에 주로 ‘참’자를 붙인다. 숱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숭어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숭어, 가숭어, 참숭어, 개숭어, 보리숭어, 밀치 등 숭어 종류가 많은 듯하나 ‘숭어’와 ‘가숭어’만 기억하면 된다. 얼핏 보면 외형이 유사해 보여도 눈동자, 표피 문양, 꼬리지느러미 등이 완전히 다르다. 둘을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눈동자에 노란색 테두리가 있으면 ‘가숭어’, 흰색이면 ‘숭어’로 구별하면 된다.
다금바리라 불리는 물고기 역시 두 종이 있다. 제주도는 다금바리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표준명은 자바리다. 실제 다금바리는 따로 있다. 남해안 어민들이 농어처럼 생겼다고 하여 펄농어라 부르는 물고기의 표준명이 다금바리다. 우리 바다에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 등 10여 종의 쥐치류가 서식한다. 제주도 횟집에 가면 메뉴판에서 객주리회, 객주리조림을 흔히 볼 수 있다. 표준명 객주리와 제주도에서 객주리라고 부르는 물고기는 다른 쥐치다. 제주도에서 객주리는 말쥐치의 방언이고, 실제 객주리라는 쥐치 어종은 따로 있다.
강화 바다에서 잡히는 밴댕이의 표준명은 ‘반지’이다. 멸칫과에 속하며 ‘반지’, ‘풀반지’, ‘풀반댕이’ 등이 있다. 실제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며, 남해안 일대에서 흔히 ‘디포리’라 불리는 어종이다. 주로 국물용이나 젓갈을 담가서 먹는다. 크기가 작고 잔가시가 많아서 회로는 먹지 않는다. 이처럼 표준명과 지역명이 중복될 경우 혼선이 빚어진다.
동해에서 잡히는 용가자미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가자미잡이 최대 어항인 울산 정자항에서 가자미를 하역하는 선원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참가자미라고 알려줬다. 내가 아는 참가자미와는 달라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울산에서는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불렀다. 진짜 참가자미는 배에 노란 띠가 있는데 경상도에서는 노랑가자미라고 부른다. 정작 표준명 노랑가자미는 따로 있다. 용가자미, 참가자미, 노랑가자미가 지역명과 표준명이 중복돼 있으니 칼럼 쓰는 나조차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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