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나흘 뒤면 대공 수사 방식에 일대 변화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역량과 인력은 턱없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안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 간부 84명 중 43명(51%)은 관련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이고, 이 중 26명은 경력이 1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수사를 맡는 경찰청 본청 안보수사단 규모는 142명에 불과하다.
간첩들의 보안 유지 방식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그림이나 음악 파일 등으로 위장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같은 첨단 수법을 이용해 수사를 어렵게 한다. 60여 년간 간첩 수사에 노하우를 쌓았고 베테랑 수사관들이 다수 포진된 국정원이 10년 이상 추적을 해도 물증을 잡기가 여의치 않은 이유다. 경험이 적은 간부들이 지휘하고 수사 인력마저 부족한 경찰이 이런 고난도의 수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대공 수사의 핵심인 해외 수사에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공 용의자들이 국내 감시망을 피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회합하는 것은 흔하다. 간첩단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이 캄보디아에서 만나는 등 최근 5년간 적발된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해외에서 접촉했다. 외국에서 이들을 쫓으려면 해당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경찰로서는 한계가 있다. 국정원이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앞으로도 가능하지만 제때 경찰과 공유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국정원과 경찰의 협업 시스템 정비, 경찰의 대공 수사 전문가 육성 및 대북 정보수집 역량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정원법 개정 이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진행됐어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지난해 경찰의 자체 평가에서도 대공 수사 관련 과제들에 대해선 ‘미흡’ 또는 ‘다소 미흡’으로 평가됐을 정도다. 하루속히 경찰의 대공 수사력을 끌어올릴 방안들을 마련하고 실행해 구멍을 메워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대남 공작에 무방비로 뚫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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