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교체됐다. 유임될 듯했던 김 실장의 갑작스러운 교체 배경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본래 정부 개각과 새해 예산안 처리, 국민의힘 지도부 교체가 일단락된 뒤 비서실장 교체를 통해 쇄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는 게 대통령실 측 설명이다.
장관 등의 인사 검증 실패나 정책 혼선이 빚어질 때마다 김 실장 교체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비마다 김 실장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면서 1년 8개월을 끌어왔다. 대통령실이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신설한 정책실장에 임명하면서 대통령실을 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 3실장 체제로 개편한 것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김 실장 교체로 공백이 된 자리에는 이 실장이 옮겨가고 새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임명됐다. 한 달 만에 다시 자리를 바꾸는 교체를 할 바에야 비서실장도 한 달 전 개편 때 교체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나 하는 반응도 있다.
김 실장은 과거 기획예산처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각 부처의 일을 두루 알고 있기 때문에 외교와 안보를 뺀 제반 분야에 대한 조언을 했을 것이나 연금 노동 교육 등 주요 개혁의 추진이나 금리인상기의 부동산이나 물가 정책이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논란성 발언을 제어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어스테핑을 없앤 후 제대로 된 기자회견 한번 주선하지 못해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오판이 끝까지 이어진 것은 외교라인의 책임만으로 보기 어렵고 최측근에서 시중의 상식적인 판단을 가감없이 전달하지 못한 비서실장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실장은 1년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이후 ‘왕수석’으로 불리며 김 실장을 보좌해 왔기 때문에 김 실장의 갑작스러운 교체로 인한 업무의 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전문 인사가 늘 그렇듯이 그가 선임인 김 실장의 실패까지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통령실이 예스맨과 충성파들로만 가득 차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 국정의 혁신을 위해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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