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구글, 인앱결제 부당” 에픽 손 들어줘
독점 플랫폼 생태계에 ‘시장의 실패’ 존재 인정
한국도 AI 기반 콘텐츠 생태계 재편 속도 내야
우리나라 대부분의 성인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유는 다양한 앱들 때문이다. 앱 대부분은 앱 시장을 통해서만 내려받을 수 있는데, 앱 시장은 구글과 애플로 양분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글이나 애플의 앱 시장에서 구입한 앱에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고 이는 사실상 강제다. 독점화된 앱 시장에서 이 수수료는 피할 수 없는 세금과 같다. 이를 타개하고자 우리 정부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을 제정하고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제3자 외부 결제를 허용하였다. 그러자 구글은 외부 결제에 수수료를 최고 26% 부과했는데, 자체 결제 시스템 비용과 신용카드 수수료를 고려하면 결국 기존 인앱결제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 되었다. 이렇게 국내법은 무력화되었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한편 한국 앱 시장에서 수수료 형태로 사실상 세금을 꼬박꼬박 징수하는 구글은 막상 우리 정부에 세금을 얼마나 낼까? 놀랍게도 앱 시장 매출에 대한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2022년 구글코리아의 실제 국내 매출은 감사보고서에 나온 3449억 원을 능가하는 수조 원 수준. 따라서 우리나라에 내야 할 법인세는 실제 납부액 169억 원이 아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유명한 게임 회사인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인앱결제 수수료 관련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한 최근 판결은 매우 흥미롭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구글은 앱 시장에서 독점이고, 이를 이용하여 수수료가 30%에 이르는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으며, 경쟁 플랫폼 견제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 및 주요 개발사에 비밀 계약을 제안하는 등 반경쟁적 행위도 한다고 판결했다. 과연 구글이 미국에서도 형식적 경쟁만 도입하여 사실상 판결을 무력화할지, 아니면 진정으로 개방된 앱 생태계를 추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번 미국의 판결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첫째,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에는 시장실패가 존재하고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는 ‘클라우드-운영체제-앱 시장’이라는 3대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는데 이 인프라는 극히 소수인 2∼3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이 독점을 극복하고, 경쟁력 있는 한국판 클라우드와 앱 시장 등이 등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금융, 특히 지급과 결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의 핀테크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지금의 앱 생태계 결제 독점을 실질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둘째, 경제학자들이 항상 주장하듯이 공정한 조세와 법 등의 제도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상기해야 한다. 앱 시장을 독점하며 수수료를 징수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우리가 매년 수천억 원씩 세금을 깎아 주는 형태로 보조금을 주고, 게다가 독점력까지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셋째, 국익 관점에서 한국 디지털 기업들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이고 이보다 훨씬 큰 메타마저도 모바일에서는 앱 시장에 상장된 앱들에 불과하고, 앱 시장과 운영체제를 장악한 소수의 빅테크들에 기술적 규제를 당하고 있다. 빅테크의 정책에 따라 회사 가치가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결국 규모, 기술, 구조적으로 우리나라에 빅테크는 없다. 손바닥 위의 손오공을 빅테크라고 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현 앱 생태계의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아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도 ‘반도체-클라우드-챗GPT 등 기반 인공지능-앱 시장’ 등 4대 인프라와 그 위의 콘텐츠 및 서비스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기반 인공지능에 경쟁력이 있고 서비스 개발에도 역량을 과시해 왔다. 이를 이용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의 생태계가 완전히 갖추어지기 전에 한국판 앱 시장이 신속히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기술 전략도 중요하나 어쩌면 비즈니스 전략이 당장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고 기회의 문은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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