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늦추는 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중소기업들의 요청으로 정부와 국민의힘이 유예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완 대책 미흡 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시기를 2년 늦추기로 방침을 정하고 야당과 협상해 왔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중소, 영세기업에 적용될 경우 사고 한 건만 터져도 폐업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란 경영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유예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여야의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예의 전제조건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라는 야당의 요청에 따라 정부는 최근 영세 사업장 작업환경 개선 지원 등에 1조5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실질적 대책이 부족하다”면서 추가 대책과 2년 후엔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 경제계의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업장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산업 현장의 혼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고 있다. 재원, 전문인력 부족 문제로 94%의 중소기업은 ‘준비가 안 됐다’고 하는 게 현실이다. 법 규정이 모호해 대기업들도 대응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작년 3월 사내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 원청 제강업체 대표에게 대법원이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처음으로 선고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 달 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84만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지금 고금리로 인해 늘어난 이자 부담과 높아진 전기요금, 인건비 등의 충격을 받아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업주가 형사 처벌되고, 직원들은 줄줄이 일자리를 잃는 일을 막기 위해 여야는 조속히 협상을 재개해 적용 유예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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