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최근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이라고 기술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각급 부대에 배포했다가 모두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교재는 중일 간에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일 간에 영유권 다툼이 있는 쿠릴열도와 함께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이라고 썼다. 또 교재엔 한반도 지도가 11차례 등장하는데 독도를 표기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정부는 “독도는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이고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영유권을 다투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방위백서 등을 통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지도를 퍼뜨리며 한국을 자극하는 이유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놓고 한국 국방부가 일본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이 들어간 교재를 출간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교재의 문제점이 알려진 뒤 국방부가 보여준 대응 과정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오전 브리핑에서 “문장의 주어를 보면 우리의 주장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모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크게 질책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뒤에야 부랴부랴 배포된 교재를 전량 회수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교재 2만 권을 폐기하고 다시 제작하는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혈세 낭비도 불가피하게 됐다.
군은 교재 제작 과정을 감사하고 집필·감수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하지만 기술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교재를 쓴 10명은 장성 2명을 포함해 전원 현역 군인과 군무원이었다. 그런데 교재를 보면 군이 독도 수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게 아니라면 50만 장병의 정신교육에 사용할 핵심 자료를 무성의하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느 쪽이든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방증이다. 군기가 무너지면 언제 어디서 또 구멍이 뚫릴지 모른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군 수뇌부가 긴장감을 바짝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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