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작전타임이 필요하다[내가 만난 名문장/안광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31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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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 그러면 너의 생활도 훨씬 견디기 쉬워질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철학 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철학 박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황제였다. 그는 바쁜 일과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상의 작전타임을 가졌다. 홀로 생각하며 자기가 제대로 판단하고 처신하는지 스스로 되물었다는 뜻이다. 그 사색의 결과를 담은 책이 ‘명상록’이다.

연말연시는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새해도 뭉개지며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서양의 현자들은 바니타스(vanitas)를 가슴에 새기라고 충고하곤 했다. 이는 ‘헛되고 가치 없다’라는 의미다. 지난 한 해가 성공으로 빛났는가? 이제 잊어버려라. 이제 새로운 현실과 맞서야 한다. 옛 성취는 별 의미가 없다. 힘들고 궁상스러운 한 해였다고? 그래도 잊어버려라. 이미 과거일 따름이다. 고통도 결국 삶과 함께 사라질 터다. 예전에는 송년 모임을 망년회(忘年會)라고 했다. 지나간 해는 잊고 놓아버려야 한다. 이럴 때에야 비로소 새해가 질척임에서 놓여나 새로운 출발로 거듭나는 까닭이다.

나아가 연말연시는 ‘작전타임’이 되어야 한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속에서는 전체 판세를 읽기 어렵다. 눈앞의 절박함에서 놓여났을 때에야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가늠되곤 한다. 유능한 지도자들이 작전타임으로 치열한 경기 흐름을 끊어주는 이유다. 연말연시는 긴 휴일들로 채워지곤 한다.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해로 바뀌는 때에는 자꾸만 틀어지는 삶의 바퀴를 조율(tuning)해야 하기 때문 아닐까?

“나는 지난해에 어떤 아픔과 성공을 겪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할까?” “나는 새해에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는 지나온 날에서 의미를 찾고 나아갈 방향을 다잡는 중요한 물음이다. 살아지는 대로 살다 보면 절망과 좌절에 흔들리기 쉽다. 반면, 살아져야 하는 바대로 삶을 이끄는 생활은 성장과 보람으로 가득하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다잡는 좋은 연말연시가 되셨으면 좋겠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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