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 긴 줄이 늘어섰던 전국의 선별진료소 506곳이 지난해 12월 31일 일제히 문을 닫았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함에 따라 선별진료소 운영을 종료하고, 확진자를 수용할 격리병상 376개도 모두 지정 해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1441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됐던 선별진료소가 사라진다니 코로나19의 종식이 새삼 실감이 난다.
▷선별진료소는 확진자를 신속히 골라내 격리하고 치료하는 ‘K방역’의 최전선이었다. 거의 4년에 달하는 선별진료소 운영 기간 1억3100만 건의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졌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2.5회씩 검사를 한 셈이다. 주로 컨테이너에 설치됐던 선별진료소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공중전화 부스 같은 1인용 음압 부스에 의료진이 손만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워크 스루’ 등으로 진화했다. 대기와 소독 시간이 줄면서 검사 횟수가 최대 10배까지 늘어났다.
▷의료진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에도 빠른 검사가 가능했지만 지금껏 선별진료소가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다. 의료진도 미지의 감염병이 두려웠다고 한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두려움과 싸우면서도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를 낀 의료진은 묵묵히 밀려드는 검사를 했다. 확진자가 폭증할 때는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도 못 가기 일쑤였다.
▷골목을 돌고 돌아 늘어선 행렬을 안내하던 공무원들은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싸웠다. 휴일 없이 일하면서도 위험한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빵과 커피 등 간식을 보내고 ‘힘내세요’ ‘감사해요’ 손 편지를 남기며 지친 그들을 위로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격리 등을 자율에 맡겨 왔다. 현재 표본 감시로 집계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1000명에 못 미친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던 2022년 3월 하루 최대 62만 명까지 확진자가 늘었던 것에 비하면 이제 독감처럼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된 것이다.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가 남아있긴 하지만 치명률은 미미하다. 최근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했다”고 응답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전례 없이 길었던 팬데믹…. 이젠 잘 견뎌냈다고, 잘 헤쳐왔다고 서로서로 등을 두드려줘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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