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SBS, 지역 MBC 등 34개 방송사 141개 방송국이 지난해 말 허가 기간이 만료됐으나 정부의 재허가 결정이 늦어지면서 무허가 방송을 내보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유효기간이 끝나는 방송사들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자료를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의를 취소했다.
이번 사태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돼 지난달 1일 사퇴할 때 예견됐던 일이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과 여야가 추천하는 3명 등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인데 이 전 위원장의 사퇴 후 부위원장 1명만 남게 돼 한 달 가까이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대통령은 업무 공백을 막으려고 김홍일 신임 위원장을 청문회가 끝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서둘러 임명했지만 방통위는 결국 “신중하게 살펴보겠다”며 재허가 의결을 보류했다. 방송에 문외한인 위원장이 방송사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결정을 임명된 지 이틀 만에 내리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설사 법적 기한 내에 의결이 이뤄졌더라도 ‘2인 위원 체제’의 결정에 대해서는 법적 효력에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방통위법에 정족수에 대한 규정 없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돼 있어 문제없다고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달 20일 2인 체제의 방통위가 내린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결정에 대해 정부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2명 체제의 심의와 결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 방송의 공공성을 실현하도록 규정한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방통위는 지난해 5월 당시 한상혁 위원장이 방송사 재승인 심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면직된 후 3인 체제, 지난해 8월부터는 대통령이 지명한 초유의 2인 체제로 수개월째 파행 운영을 이어 왔다. 방송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후임 인선이 늦어진 탓이다. 급변하는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허위 정보와 불법 유해 정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문제 등 현안이 쌓여 있는데 언제까지 방통위를 식물 위원회로 내버려둘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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