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중생 시속 100km 운전 생중계조차 방치하는 빅테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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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생(12)이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중학교 2학년생(15)과 아버지 차를 몰고 나가 인천 송도동 일대 도로를 달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두 학생은 20분간 시속 100㎞까지 속도를 내며 13㎞를 운전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에 생중계했고 이를 시청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미성년자들이 무면허로 아찔한 질주를 했다니 큰 사고 날 뻔했다 싶어 놀라고, 이 불법 장면을 고스란히 생중계했다니 그 도덕적 무지함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온갖 자극적 콘텐츠가 넘쳐나는 SNS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무면허 운전이나 집단폭력 같은 범죄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라방, 즉 라이브 방송이다. 지난해 11월 대전에서는 고교생 5명이 또래 여학생을 가둬놓고 성폭행하는 장면을 SNS 라방으로 내보내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해 1월 대구에서는 중학생 2명이 친구 1명을 모텔에서 폭행하고 성희롱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SNS에 자신을 노출하는 일은 조회 수로 먹고사는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SNS에서 받는 관심을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도 생활화된 지 오래다. 문제는 반(反)사회적 콘텐츠까지 여과 없이 유통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입히고 10대들을 중심으로 모방 범죄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SNS 라방을 켜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자살 관련 신고가 30% 폭증한 적도 있다. 10대들이 가해자가 돼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그게 잘못인 줄도 모르는 건 더욱 우려되는 문제다. SNS에서 워낙 흔하게 접하다 보니 도덕적 감수성이 무디어졌을 것이다.

현행법상 SNS가 범죄 현장을 방송해도 해당 범죄를 관련법으로 처벌할 뿐 플랫폼 업체에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플랫폼 사업자가 유해 콘텐츠를 빠르게 걸러내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거운 과징금이라도 물려야 한다. 동네 구멍가게 불량식품은 단속하면서 반사회적인 콘텐츠로 떼돈을 버는 양심 불량 빅테크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초중생#운전 생중계#빅테크#sns#반사회적인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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