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어제 오전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북방 일대에서 해안포 200여 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북한이 쏜 포탄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진 않았지만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포사격과 기동훈련이 금지된 해상완충구역에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9·19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뒤 해안포의 포문을 대거 개방한 북한이 실제 포사격까지 나선 것이다. 우리 군은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키고 일부 선박 운항도 통제했다. 나아가 두 섬에 있는 해병부대는 자주포와 전차포를 동원해 도발에 상응하는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서해 해안포 사격은 새해 벽두부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의도적 도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 세밑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나아가 군 주요 지휘관들을 모아놓고선 “적들의 무모한 도발 책동으로 언제든지 무력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라”며 군사 대비 태세 완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무력시위와 국지도발 사이를 오가는 북한의 위험한 군사적 모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은 9·19합의 파기 직후부터 비무장지대(DMZ) 안에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에 들어갔고, 최근엔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경의선 육로 일대에까지 지뢰를 집중적으로 매설하기도 했다. GP 복원과 해안포 사격 같은 육상·해상 도발에 이어 공중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김정은의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투쟁 원칙’에 따른 북한군의 위험천만한 도발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특히 ‘무력충돌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다. 우리 군과 정부는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군사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북한의 ‘대결몰이’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위기를 관리하는 유연한 대처 능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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