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기 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렇게 경고했다. ‘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 이제 중국은 잠에서 깨어났고 세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머리말 첫 문단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2017년 ‘예정된 전쟁’을 통해 중국의 부상이 미국과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제시했다. 분야는 달라도 전문가들은 세계 대변혁을 일으킬 요인을 다음과 같이 꼽는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기후변화, 자의식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다. 박쥐에게서 천산갑 등을 거쳐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처럼, 야생동물 기인 인수공통감염병이 언제 또다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전 세계적 확산을 초기에 막기 위해서는 사람과 가축 질병의 시작점인 야생동물 질병을 체계적,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사람이나 가축으로 종간장벽을 넘지 않도록 관리,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체계 및 조기경보 체계 구축, 가축의 밀식 사육, 자연 서식지의 파괴, 기후 문제, 병원체의 특성 변화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병원체와의 승부에서 우리 인류가 이길 수 없다.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1인으로서 이 건곤일척 승부를 반영해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 머리말 첫 문장을 아래와 같이 바꾸고 싶다.
“잠에 빠져 있는 병원체(바이러스 등)를 깨우지 마라. 병원체가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 무분별한 자연 서식지의 파괴 등을 통해 더 이상 자연환경 깊숙이 존재하는 병원체를 깨우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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