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오너의 사재 출연을 포함해 강도 높은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태영그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탓이다. 워크아웃이 불발돼 건설업계 16위의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다면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 등 건설·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주 금융당국 수장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태영 측의 부실한 자구안과 불성실한 태도를 비판하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정한 데드라인인 어제까지 태영은 기존 자구안을 확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추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890억 원을 놓고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태영은 이 돈을 지주사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썼는데, 채권단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용이라며 건설에 직접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채권단은 TY홀딩스와 핵심 계열사 SBS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등을 추가로 요구하지만 태영은 묵묵부답이다. 우발채무를 놓고도 태영은 2조5000억 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채권단은 9조 원대로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요건인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 금융회사와 1000여 개 협력업체, 2만여 입주 예정자 등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칫 법원이 기업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법정관리까지 가지 않고 워크아웃 단계에서 사태를 봉합하고자 하는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태영이 대주주 책임은 회피한 채 벼랑 끝 협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우리 경제 최대 뇌관이 되고 다른 건설사의 위기설까지 도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구조조정의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겠다고 부실한 자구계획에 눈감으면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PF 리스크를 더 곪게 할 뿐이다. 태영 측은 진정성 있는 정상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채권단도 엄정한 잣대로 회생 가능성을 판단해 워크아웃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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