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이 집과 차를 보유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이르면 2월분부터 깎아주기로 했다. 지역가입자 가구의 37%는 건보료 부담이 월 2만5000원씩 준다고 한다. 버는 돈이 없어도 집, 차가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많이 내던 은퇴자들의 불만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총선을 석 달여 앞두고 나온 이번 대책으로 건보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당정은 이번에 4000만 원이 넘는 차를 보유한 지역가입자에게 배기량, 사용연수에 따라 추가로 물리던 ‘자동차 건보료’를 없애기로 했다. ‘재산 건보료’를 물릴 때 공제하는 기준도 갑절로 높여, 집값이 2억4000만 원에 못 미치는 지역가입자는 ‘재산 건보료’를 내지 않게 된다. 현재 353만 가구가 재산·자동차 건보료를 내고 있는데, 이 조치로 333만 가구의 연간 보험료가 연간 30만 원씩 경감된다고 한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910만 가구, 1463만 명의 지역가입자는 그간 재산·자동차 건보료를 내야 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점, 재산은 많은데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적게 내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업에 차가 꼭 필요한 이들이나 집 때문에 보험료 부담이 커진 연금 생활자의 불만이 컸던 만큼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진국 중 차에 건보료를 물리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재산에 물리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란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역 건보료 수입이 한 해 1조 원씩 줄어드는 건 심각한 문제다. 올해 건강보험료 지출 예상액은 100조2000억 원으로, 수입 98조8000억 원보다 많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진료비 부담이 폭증하고 있어 23조9000억 원이 쌓여 있는 건보 준비금도 불과 4년 뒤 완전히 바닥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출 효율화를 통해 건보료 인하로 인한 수입 감소를 메우겠다지만 신뢰하기 어렵다. 향후 지출이 늘 일들만 수두룩해서다. 작년 말 정부가 내놓은 간병비 대책만 해도 4년간 건보, 장기요양보험에서 10조7000억 원이 더 지출된다. 재정고갈 위기를 피하기 위해 수년 내에 7.09%인 보험료율을 크게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건보재정에 미칠 장단기 영향을 예측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론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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