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우울할 때 햇볕을 많이 쬐어야 하는 이유[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8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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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겨울을 좋아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추위가 반갑지 않다. 불어오는 찬 바람과 동시에 상당수 환자의 증상 악화가 시작된다. 거의 다 호전되었던 분들도 급작스러운 무기력에 침대에서 나오기 힘들다 하고, 기분도 덩달아 가라앉는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는 왜 나타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일조량의 변화에 따른 계절성 우울 증세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로젠탈 박사가 이전에는 없던 변화를 느끼게 됐다. 겨울이 되면 무기력하고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봄이 오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낀 그는 일조량의 변화가 원인이란 가설하에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의 지역별로 계절성 우울증 유병률이 다르다는 사실이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적도에 가까워 겨울에도 춥지 않은 플로리다주에서는 단 1%의 사람들만이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하는 반면, 알래스카에서는 9%의 사람들이 계절성 우울증에 빠진다. 미국 내 결과만이 아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들은 그래서 우울증과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추위에 따라온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고생하고 계신다면,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방법들을 알려드린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을 늘리는 것이다. 기분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뇌의 세로토닌 활동에 햇빛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추위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절로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햇볕 쬐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빛을 쪼여주는 광치료기 또한 다수의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시판되는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는데, 최소한 1만 룩스(Lux) 이상의 빛이어야 하며, 직접 빛을 바라보지 않아도 한 발자국 떨어져 앉아 최소 30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늦어도 오전 10시 이전의 이른 시간에 빛을 쬐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다음으로는 비타민D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다. 비타민D 역시 햇빛을 통해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합성이 되는데, 이 비타민D가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한다. 햇볕을 쬘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비타민D의 섭취를 통해서라도 계절성 우울증 예방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이 계절에 따른 변화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노르웨이의 트롬쇠 지역은 북극권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계절성 우울증 발생이 유독 적은 곳이다. 연구자들은 그 지역 사람들이 겨울을 견디며 다른 계절과 똑같이 지내려 노력하지 않고, 겨울철에만 할 수 있는 활동들로 그 기간을 즐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동식물의 활동성이 감소하는 이 겨울에도 나머지 계절과 똑같이 생산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 조금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쉬어 갈 수 있는 겨울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8만9000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는 겨울에 몸이 무거운 이유 & 최고의 예방법은?’(https://youtu.be/rF-gENoP2p0?si=VyRqOyh-98trq7qL)


#겨울철#우울#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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