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경조사 예절이다.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경조사비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가 고민거리다.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는 요즘엔 경조사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도 고민이 깊다. 뛰는 물가를 감안하면 한참 올려 내야 할 것 같은데 수입은 제자리걸음이라 성의 표시의 적정선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요즘 결혼식 축의금은 ‘밥값’을 기준으로 내면 큰 무리가 없다. 결혼정보회사의 최근 설문 조사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해 밥을 먹으면 축의금으로 평균 8만6300원을 내고 불참하면 6만4000원을 내는 것으로 나왔다. 일반 예식장 뷔페가 1인당 7만 원, 호텔 코스 요리는 14만 원이 넘는다. 축의금으로 10만 원 이상 내기가 부담되면 5만 원만 하고 가지 않는 게 예의다. 부부 동반으로 10만 원 들고 가 밥 먹고 오면 경우 없는 사람 소리 듣는다.
▷조의금은 대개 축의금보다 적게 낸다. 조의금은 한 사람에게 여러 번 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밥값도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평균 조의금은 7만 원대이고 직장인을 기준으로 같은 부서 사람이면 10만 원, 다른 부서 사람은 5만 원이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부모상을 당한 경우라면 20대는 10만 원, 30대는 20만 원, 30대 후반은 30만 원은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들의 월평균 경조사가 1.5건이라는데 고령자 사망률이 최고점에 이르는 12월과 1월이면 조의금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게 된다.
▷현직에 있는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경조사비는 주머니 거덜 내는 주범이다. 법정 정년과 무관하게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인데 50대 중반부터 자녀 결혼과 부모 별세로 경조사비 지출이 몰린다. 수입이 줄어도 경조사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현직에 있을 때 받은 게 있으면 퇴직 후라도 그만큼 돌려줘야 하고, 나중에 받을 때를 생각하면 ‘투자금’을 무턱대고 줄이기도 어렵다. 경조사비 문제로 부부간에 다투는 경우가 많아 은퇴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으로 빠지지 않는 게 “현업에 있을 때 경조사용 딴 주머니를 마련해 두라”는 것이다.
▷조의금 부담이 커지자 서울의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의금을 카드 할부로 낼 수 있는 무인 결제기가 등장했다. 조의금 액수를 지정하면 6개월까지 할부 납부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빚내서 조의금 내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큰일 있을 때 서로 돕는 아름다운 ‘상호부조’가 아니라 ‘상호부담’이라 해야 할 것이다. 축의금 문화는 결혼이 줄면서 안 주고 안 받기, 스몰웨딩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조의금 문화도 체면치레를 위해 빚을 내야 할 정도라면 바꾸는 게 맞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