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용지에 관리관 도장, ‘인쇄’ 말고 ‘직접 날인’해야[기고/김민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9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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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4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일은 4월 10일이지만 아마도 선거일 전 재외투표, 거소·선상투표, 사전투표 등 다양한 관외 사전투표가 있을 것이다. 팬데믹, 재택근무 등 여러 가지 환경 변화로 인해 언젠가부터 사전투표를 하는 유권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사전투표에 따라 선거의 당락이 좌우되는 것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본 투표 못지않게 사전투표에 대한 철저한 선거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총선 투표 때 특히 관외 사전투표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시민의 민주적 정치 역량이 큰 우리나라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쉽게 믿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선거인 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은 사전투표 개표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선관위가 “관외 선거인이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넣지 않고 투표지만 투표함에 넣거나, 관내 선거인이 투표지를 관외 사전투표함에 잘못 넣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관외 사전투표에 대한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용지의 철저한 관리다. 그런데 아직까지 사전투표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이 도장을 직접 찍지 않고 인쇄해서 사용하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선거관리의 기본원칙을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58조 제3항에는 ‘사전투표관리관이 사전투표관리관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련번호를 떼지 아니하고 회송용 봉투와 함께 선거인에게 교부’하라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관이 도장을 직접 찍지 않고 도장을 ‘인쇄’해서 교부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선진국들도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투표용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투표용지에 OMR 카드처럼 색을 칠하는 광학스캔 시스템 활용하거나 터치스크린에서 직접 투표하는 ‘전자기록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알파벳 순서로 후보자 성명을 기재하고 펜으로 기표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프랑스 역시 후보자별로 투표용지를 만들고 선거인은 원하는 후보자에 해당되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독일은 모든 투표구의 투표용지가 동일한 색상·지질로 작성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투표용지에 직접 후보자 이름을 써넣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는 투표용지의 위·변조를 막아 국민의 참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이들 국가보다 더욱 철저히 투표용지를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표소 현장에서 투표관리관 개인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어 투표용지가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규정과 달리 사전투표에서 투표관리관이 도장을 직접 찍지 않고 인쇄하도록 하는 것은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표용지의 엄격한 관리’라는 입법자의 의도를 형해화하는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했듯이 의혹이 생길 만한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선관위의 조속한 조치를 당부한다.

#사전투표용지#관리관#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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