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을 들으며 일단 의문 하나는 해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을 때부터 풀리지 않던 의문이었다. 윤 대통령 발표 직후 기재부는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공약집이나 국정과제 자료집을 다시 들춰봐도 금투세 폐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금투세 폐지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냐는 질문이 나왔고 최 부총리가 확인해줬다.
모든 질문들에 답이 ‘명시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간 금투세와 함께 논의해 왔던 증권거래세는 개편 방향을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와 증권거래세가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금투세 폐지 관련 입법 사항을 논의할 때 같이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야와 정부는 2022년 금투세 도입을 내년 1월로 2년 미루면서 증권거래세율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코스피의 경우 증권거래세율은 0%가 적용된다.
금투세 폐지가 불쑥 던져진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점이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번 돈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주식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면서 증권거래세까지 매기는 건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를 반영해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가 인하돼왔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짚어볼 것이라고 했다. 증권거래세의 방향성조차 정하지 않고 금투세 폐지라는 폭발력 있는 세법 개정 사항을 연초부터 발표한 까닭을 알 수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닌 ‘투자자 감세’라는 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 폐지는 1400만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 감세”라고 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게 되고 이로 인한 주가 하락 등 피해는 개미투자자까지 보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일리 있지만 부자 감세가 아닌 건 아니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낸 사상 최고 수익률이 12% 정도다. 개인투자자가 연간 12% 수익률을 내 5000만 원 이상을 벌려면 원금만 4억 원 넘게 필요하다.
금투세 폐지의 이유로 들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대한 최 부총리의 설명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미국도 주식 시세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학개미들까지 투자를 늘리는 건 국내보다 세 부담이 높아도 투자자 권익 보장 등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주주 환원율을 제고해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세제상 이점으로 승부해 국내 증시를 키우겠다는 건 퇴행적이다.
최 부총리는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1분이라도 더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와 함께 ‘총선용 표심잡기 3종 세트’가 아니라면 고민이 담긴 구체적인 답들을 내놨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포함 안 돼 있지만 국정과제”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들로는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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