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급여 하한이 하루 6만3104원… 상한 기준 마저 넘을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9일 23시 57분


새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에 연동된 실업급여 하루 하한액도 6만3104원으로 올랐다. 최저임금과 무관하게 정부가 정해 놓은 실업급여 상한액(6만6000원)과의 차이가 2896원으로 좁혀져 내년이면 상한액과 하한액이 역전될 수도 있다. 실직 전 받던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소득 역전 현상’도 심화해 구직 의욕을 꺾는 실업급여 제도 개편이 시급해졌다.

실업급여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평균임금의 60%를 주는데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액으로 정해 놓았다. 문제는 하한액의 최저임금 연동 비율이 높아 ‘이 이상은 과하다’고 선을 그어 놓은 상한액을 무력화하고, 일할 때보다 놀 때 더 받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2022년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자의 약 73%가 하한액 수급자로 이 중 38%가 과거 세후 근로소득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9만3120원으로 최저임금(월 206만740원)을 받는 사람이 4대 보험료와 세금 내고 손에 쥐는 돈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러니 누가 힘들게 일하려 하겠나.

실제로 퇴사와 취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3회 이상 타낸 사람이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 수급 기간 내 재취업률은 2022년 2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까지 2년 5개월간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이 666억 원에 육박한다.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도 10조 원 넘게 쌓여 있던 적립금이 바닥나고 4조 원 적자여서 다른 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형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실업급여 제도를 고치겠다고 발표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진척이 없다. 일정 기간 생계를 보장할 테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으라는 실업급여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혈세만 낭비하는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하한액도 낮춰야 한다. 실업급여가 근로소득보다 많다는 건 과거 일자리가 열악했다는 뜻도 된다.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노사정 회의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만 보호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급여가 꺾어 놓은 근로 의욕도 살려낼 수 있다.
#최저임금#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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