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에 연동된 실업급여 하루 하한액도 6만3104원으로 올랐다. 최저임금과 무관하게 정부가 정해 놓은 실업급여 상한액(6만6000원)과의 차이가 2896원으로 좁혀져 내년이면 상한액과 하한액이 역전될 수도 있다. 실직 전 받던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소득 역전 현상’도 심화해 구직 의욕을 꺾는 실업급여 제도 개편이 시급해졌다.
실업급여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평균임금의 60%를 주는데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액으로 정해 놓았다. 문제는 하한액의 최저임금 연동 비율이 높아 ‘이 이상은 과하다’고 선을 그어 놓은 상한액을 무력화하고, 일할 때보다 놀 때 더 받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2022년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자의 약 73%가 하한액 수급자로 이 중 38%가 과거 세후 근로소득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9만3120원으로 최저임금(월 206만740원)을 받는 사람이 4대 보험료와 세금 내고 손에 쥐는 돈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러니 누가 힘들게 일하려 하겠나.
실제로 퇴사와 취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3회 이상 타낸 사람이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 수급 기간 내 재취업률은 2022년 2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까지 2년 5개월간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이 666억 원에 육박한다.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도 10조 원 넘게 쌓여 있던 적립금이 바닥나고 4조 원 적자여서 다른 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형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실업급여 제도를 고치겠다고 발표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진척이 없다. 일정 기간 생계를 보장할 테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으라는 실업급여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혈세만 낭비하는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하한액도 낮춰야 한다. 실업급여가 근로소득보다 많다는 건 과거 일자리가 열악했다는 뜻도 된다.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노사정 회의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만 보호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급여가 꺾어 놓은 근로 의욕도 살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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