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가로막는 것들[함께 사는 삶/황성주]

해가 바뀌었지만 우크라이나 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IFL(International Fundraising leadership) 포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모금액은 550억 달러로 전년도 대비 22% 증가했다. 역대 최다이다. 지구촌 곳곳의 재난과 분쟁 소식에 긴급구호 기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글로벌 모금 본부장

2023년은 어땠을까. 연초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덮친 대지진의 비극에 우리는 마음을 모아 힘을 보탰다. 국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의 기부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은 단순히 모금이 증가했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듯이 K기부문화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영국의 비영리기관 등록 등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채리티 커미션(Charity Commission)’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영국 정부는 건강한 기부문화를 위해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아닌 지원과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성숙한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국민의 자발적인 적극성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법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기부금품의 모집과 감독에 관한 행정적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0개 개정안 역시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보완이 주된 내용이다. 이미 여러 제도상 규제와 감시를 받는 공익법인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불법적인 모금에 대한 대처와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기부자의 뜻이 존중받고 사회적으로 우대받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의 확대 또한 중요하다. 현재는 부동산 기부를 받을 경우 공익법인이 취득세와 재산세를 마련하지 못해 기부받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기부자 역시 양도소득세에 대한 부담으로 기부를 포기하기도 한다. 기부 자산에 대한 지방세 감면이 확대된다면 더욱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 1년 내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3.7%로 2년 전에 비해 2.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이유에 대해서는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해서’(27.5%),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26.2%), ‘종교적 신념의 실천’(18.8%) 순으로 응답했다.

어김없이 지난해보다 경기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서로 돕고 의지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경험과 믿음 때문이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시민 한국인의 위상이 더욱 빛나고, 우리의 기부문화가 국제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