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따로 현실 따로, 50세 된 직장인 노후 준비[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4일 23시 24분


전쟁이나 혹독한 불경기를 겪은 후 인구가 급증하는 현상을 ‘베이비붐’이라고 한다. 6·25전쟁 이후 1955∼1963년 한 해 평균 80만 명이 넘는 신생아가 태어났다. 이후 잠시 줄었던 신생아 수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다시 급증했다. 통상 전자를 1차, 후자를 2차 베이비부머 세대라 칭한다.

올해는 1974년생이 50세가 된다. 이로써 620만 명이나 되는 2차 베이비부머가 50대로 진입한다. 50대로 접어든 직장인들은 노후 준비가 ‘강 건너 불’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사실을 안다. 정년(60세)까지 일한다 해도 준비 기간은 5∼10년 남은 셈이다. 2차 베이비부머들의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과 현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 시급한 노후 준비, 더 시급한 가족 돌봄


2차 베이비부머의 가장 큰 노후 걱정거리는 무엇일까.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대도시에 거주하는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6%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생활비 부족을 꼽았다. ‘노후 자금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필요한 노후 자금을 100% 이상 준비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필요한 노후 자금 중 50∼70% 정도 준비했다는 응답자가 38.5%로 가장 많았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그렇다면 서둘러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할 텐데, 가족 돌봄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설문에 응답한 2차 베이비부머 중 78.1%가 자녀 또는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으며 부모와 자녀를 모두 돌봐야 하는 처지도 24.1%나 됐다. 이들은 부모 부양비로 월평균 50만∼60만 원, 자녀 양육비로 월평균 100만 원 넘게 쓴다고 했다.

요즘은 성인이 돼서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자녀가 많고, 은퇴 후 노부모를 계속 부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이유야 어찌 됐든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하면 부담이 자녀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를 서두르라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 “퇴직 후 재취업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네요”


노후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선 은퇴 시기를 늦춰야 한다. 그래야 노후 자금 저축을 늘리면서 인출은 늦출 수 있다.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퇴직 후 계속 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83.6%가 ‘그렇다’고 답했다. 퇴직 이후에는 창업(12.8%)보다 재취업(70.8%)을 하기를 원했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다른 업종으로 전직(27.8%)하기보다는 유사 업종으로 이직(43.0%)하기를 바랐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자신감은 높지 않았다. 퇴직 후 재취업할 자신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 중 64.0%가 ‘잘 안될 것 같다’고 답했다. ‘자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7.9%에 불과했다. 재취업 후 급여는 현재의 80%만 받아도 된다는 응답자가 45.6%로 가장 많았다. 반면 지금만큼(28.1%), 그리고 지금보다 더 받아야 한다(8.2%)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 “필요한 건 금융자산인데, 가진 건 부동산이네요”


노후 생활을 하려면 어떤 형태의 자산이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금융자산이라고 답한 이들(31.0%)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2%에 불과했고, 나머지 82.8%는 거주 주택(65.8%)을 포함한 부동산이었다. 필요한 건 금융자산인데 가진 건 대부분 부동산이었던 것이다.

많지 않은 금융자산을 곶감 빼먹듯 빼 쓰면 조만간 고갈될 것이 뻔하다. 결국 정년까지 남은 기간 동안 금융자산을 추가로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을 늘리고, 퇴직급여는 가능하면 연금 형태로 수령해야 한다. 거주 주택을 포함한 실물자산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소득으로 전환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다수 은퇴자에게 주택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노후 생활비 재원이기도 하다. 준비한 금융자산만 갖고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 결국 거주 주택을 활용해 소득을 마련해야 한다. 살던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월 소득을 늘릴 수도 있고,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거주 지역을 옮기는 방법으로 금융자산을 늘릴 수 있다.

● “주택 다운사이징도 좋지만 편하게 살고 싶어요”


은퇴 후 다른 곳으로 주거지를 옮길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중 절반(49.7%)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멀리 떠날 생각은 없고 동일 지역 내 이주를 희망했다. 서울 거주자 중 64.2%는 은퇴 후에도 계속 서울에 남기를 원했다. 수도권(22.1%)과 지방(13.1%) 이주를 희망한 이는 적었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 대도시 거주자 중 72.3%는 계속 지방 대도시에 머물기를 원했고, 지방 소도시로 옮기겠다는 이들은 23.1%에 불과했다.

은퇴 후 거주지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는 교통 편의성(22.2%), 생활시설 접근성(20.7%), 병원 접근성(18.4%) 등을 꼽았다. 반면 주거지를 정하는 데 있어 인간관계는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부모 집 근처(2.5%), 자녀 집 근처(2.4%), 친구 집 근처(1.7%)로 옮기겠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거주를 희망하는 주택 유형도 아파트(63.9%)가 단독주택(25.0%)보다 많았다. 설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2차 베이비부머는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생활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퇴직#소득#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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