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보름간 한국 증시의 성적이 주요 20개국(G20) 중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일본 증시가 연초부터 상승 랠리를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말부터 정부가 발표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들은 하락세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보름간 코스피는 4.87%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초 같은 기간의 7.9% 이후 가장 큰 낙폭이자 G20 증시 가운데 바닥권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수출 동반 위축이 반영된 중국 상하이증시보다 낙폭이 컸다. 주요국 증시 중 더 내린 건 선진국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로 4.93% 하락한 홍콩 항셍지수뿐이었다.
최근 우리 증시의 실적 저조는 기대만큼 실적이 뒤따르지 않는 반도체주의 약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인한 2차전지주 부진 등의 영향이 크다.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의 부정적 전망도 악재다. 반면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본이 몰리는 일본은 급등세다. 최근 도쿄 증시는 3년 반 전 상하이 증시에 뺏겼던 시가총액 아시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 연말, 연초에 정부가 쏟아낸 대책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성적은 민망한 수준이다. 이달 2일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약속했다. 주식, 펀드에 투자해 버는 연 5000만 원 이상 소득에 세금을 물릴 경우 증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연말마다 증시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들어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높였다.
주가지수는 한 나라 경제의 성적표이자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기업과 국가 경제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아무리 많은 혜택을 줘도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공매도 전면 금지 같은 조치들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의 유입을 막아 주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정부는 증시 선진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임시방편 부양책 대신 규제 개혁, 세제 지원 등 기업 활력을 높이는 정공법에 더 집중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