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그제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함치며 항의하다가 끌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강 의원은 행사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이 주변 내빈들과 짧은 악수를 나누면서 지나갈 때, 대통령의 손을 잡고 뭔가를 말하며 6, 7초간 손을 놓지 않았다. 이후 대통령이 멀어져 갔지만 강 의원은 “대통령님.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라고 등 뒤에서 소리쳤다. 그러자 경호원 5명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서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강 의원의 행동은 전북 발전을 돕겠다며 축하하러 온 대통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지난해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가 대통령을 손님처럼 맞았더라면 행사 취지에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간단한 수인사를 나눈 다른 내빈들과 달리 대통령 손을 유독 오래 잡았다. 강 의원은 “잠깐 잡았다 놓았다”고 하지만 바로 곁에 있던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대통령이 ‘계속 인사를 해야 하니 손을 놓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전주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과거 노동운동 때처럼 행동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강 의원은 부인하지만 그가 대통령 손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는 경호처 주장대로라면 ‘만의 하나’를 염두에 두는 경호원들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경호처의 과잉 경호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공개된 영상 속 대통령은 강 의원에게서 3, 4m 멀어져 갔다. 경호 상황이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강 의원이 소리쳤지만, 정치적인 주장일 뿐 위해(危害)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도 끌어냈고, 경호원 1명이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듣기 불편한 발언을 하는 정치인의 입을 막는 것이 대통령 경호일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 경호, 심기 경호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위해 가능성이 정말 있었다면 손을 잡았을 때이지, 몇 걸음 지나갔을 때가 아니다. 타이밍 놓친 뒷북 경호라는 말이 된다.
대통령경호처와 강 의원은 사과나 유감 표명 등 적절한 조치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은 과잉 경호도, 때와 장소를 못 가린 정치인의 행동도 동의할 수 없다. “왕정국가로 회귀하냐”느니, “좌파의 무례함”이니 하는 공방만 벌이다 넘어갈 수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옳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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