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본시장에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3대 불공정거래(시세조종,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이용)에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어제부터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법안이 발의된 게 2020년인데 3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이제야 시행됐다. 국내 증시를 뒤흔든 주가 조작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서둘러 입법을 처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3대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인데도 그동안 징역, 벌금 같은 형사 처벌만 가능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재가 어려웠다. 혐의가 적발돼 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다 보니 재판 도중에 주가 조작을 시도하는 세력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으면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2배까지,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하면 40억 원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법은 불공정거래 유형별로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가 조작범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벌금이나 징역형의 기준이 되지만 그동안 산정 방식이 모호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고, 불법 이익도 제대로 몰수하지 못했다. 몇 년 징역형을 살다가 빼돌린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범죄자가 잇따랐던 이유다.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 속에 주가 조작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은 채 고도화, 지능화돼 왔다.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영풍제지 사태 등 지난해 줄줄이 터진 대형 사건은 우리 증시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엔 불법 리딩방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신종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징벌적 과징금 신설을 계기로 단 한 번이라도 주가 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하고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증권 범죄에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양형 기준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처럼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 범죄 혐의자의 계좌를 동결하고 금융 거래를 막는 행정제재도 도입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를 좀먹는 주가 조작을 확실하게 뿌리 뽑는 것이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댓글 0